본문 바로가기
칼럼(Opinion)

틱낫한의 걷기 명상

by mo516 2014. 6. 11.

틱낫한의 걷기 명상

나는 도착했네, 여기가 고향이네

 

"걱정과 불안, 망상에 한눈 팔지 말고 마음을 호흡과 발밑에 집중하라.

온전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라

온갖 생각과 함께 방황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하는 일에만 집중하라."

 


어디를 향해 걷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딘가를 향해 걷는다. 집으로, 학교로, 일터로……. 걸음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발걸음은 지금 여기에 있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다. 늦게 출발한 자신에게 화가 나고, 목적지에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불안해하고, 무언가에 쫓기듯 헐떡이며 걷곤 한다.

 

틱 스님은 오직 들숨 날숨의 호흡을 관찰하거나 걷는 것만으로도 그런 깨달음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것이 그의 수행의 핵심인 마인드풀니스(깨어 있는 마음, 마음챙김, 마음집중). 생각을 따라 방황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머물러 숨을 쉴 때는 쉬는 줄을 알고, 걸을 때는 걷는 데만 집중하게 한다. 늘 ‘과거의 걱정‘이나 ‘미래의 계획‘, 생각에 끌려 다니는 사람들이 매사에 하는 일 자체에 집중해 기쁨과 평화를 만끽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나쁜 습관이라고 화를 내지 마세요. 그 습관과 싸우지 말고 웃음을 머금으세요. 그렇게 할 때 서서히 변화될 수 있답니다.

이런 쉼과 걷기, 명상을 통해 사람들은 차츰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놓여난다.

 

 


틱 스님은 “우리 모두의 안엔 불성이 있으며, ‘깨어 있는 명상’을 할 때마다 그 부처님이 빛을 발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러분이 아는 달라이라마나 틱낫한은 이미지이지 실제가 아니다”라며 “밖에 있는 스승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줄 때 반드시 실망하기 때문에 내면의 부처에게 귀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수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틱 스님의 좌선과 걷기 명상은 우리나라에도 최근 많이 알려진 근본불교의 위파사나 가운데 기초적인 수행이다. 대부분의 불교 수행은 그 초기 수행인 위파사나의 변형과 발전으로 볼 수 있는데, 틱 스님의 수행도 위파사나를 현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파사나는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 무상, 무아, , 열반 등 진리를 체득하게 한다. 관찰하는 대상의 변화(무상)를 적나라하게 통찰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게 한다. 하지만 틱 스님의 수행은 대상에 집중하는 ‘깨어 있는 마음’(팔정도의 정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15분마다 종을 울리고,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호흡을 관찰하게 한다. 매사에 정신없는 현대인들을 깨어 있게 하기 위함이다

 

위파사나나 화두선은 오직 진리만을 추구하는 자세로 깨달음을 향해 가기에 ‘목적 지향적‘이다. 이에 반해 틱 스님의 수행은 일상의 삶에서 바로 이 순간 번뇌로부터 벗어나고, 자유롭고 평화롭게 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 과정이 고행이 아니라 평화롭고 아름다워 고행을 싫어하는 현대인들이 쉽게 다가서게 한다

 

또 위파사나나 화두선 등이 개인 수행에 치중하는 데 비해 그의 삶과 가르침은 늘 세상의 고통과 함께했다. 위파사나는 우리나라에선 ‘소승’ 수행으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그는 ‘나와 세상‘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라는 것을 가르치고,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위해 반전 평화의 기운을 북돋우는 점에서 ‘대승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달팽이처럼 느린 틱 스님의 걸음을 따라 참가자들도 느릿느릿 걸음을 옮긴다. 걸음은 같은 걸음이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걸음이다

 


지금까지는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며 걸었다.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놀았다. 그러나 여기선 마음을 온전히 발밑에 집중한다. 마치 발이 대지에 입 맞추는 것을 음미하듯이. 생각이 머리에서 발밑으로 내려가면서 온도계 눈금이 눈높이에서 발밑으로 내려간 것 같다. 머리에선 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드디어 굳어졌던 입과 눈초리가 풀어지고, 사람들의 얼굴에 평화로운 미소가 흐른다

 

“길에는 차가 많다.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언제든 차에 치일 수 있다. 아이를 보호하려면 아이와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와 항상 함께하는 것이 수행이다. 여러분은 자신의 ‘수호천사’가 되어야 한다. ‘깨어 있는 마음‘이 바로 수호천사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마음이 ‘깨어 있는 마음’이다. 걱정과 불안, 망상에 한눈을 팔지 않고, 마음을 호흡과 발밑에 집중하라. 온전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라. 온갖 생각과 함께 방황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하는 일에만 집중하라. 그러면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들은 좌선, 걷기 명상을 하고, 법문을 들으며 자신으로 돌아오는 데 어떤 노력도, 시간도 들지 않는다는 데 놀란다“지금 여기가 정토요 천국이다. 

 

틱 스님의 안내대로 참가자들은 점차 앉아 있을 때는 숨에만, 걸을 때는 걸음에만, 밥을 먹을 때는 먹는 데만 집중한다. 마음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동에 온전히 집중해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이다숙소나 식당에 갈 때도 숨을 들이쉬고 두 발걸음을 걸으며 “바로 지금, 바로 여기”라고 속으로 새기고, 숨을 내쉬고 두 발걸음을 걸으며 “나는 도착했네, 여기가 고향이네”를 되뇐다망상 속에 방황하지 않고, 매순간 ‘지금 여기’에 온전히 도착함을 스스로 깨닫는다

 

40대 여성은 “이렇게 쉽게 깨어 있을 수 있느냐”며 감격했고, 50대 여성은 “수행을 힘들게만 생각했는데, 호흡과 걸음을 통해 아주 쉽게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걸음 자체가 목적이 된 이들의 발이 푸른 지구별과 입맞춤을 한다. 조급함과 분노와 욕망과 번뇌가 피어나던 발밑에서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있다


'칼럼(Opin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CEO는 책을 써라  (0) 2014.06.26
문제해결의 법칙  (0) 2014.06.19
손정의 연구: 이기는 습관을 가져랴  (0) 2014.06.10
CEO의 기능과 역할  (0) 2014.06.01
어려운 문제해결의 공식: 수순(timing)의 예술  (0) 2014.05.30

댓글